일본 여행 중에는 우리와 다른 일본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이색적인 여행지가 많습니다. 여러 이색적인 카페와 박물관 등이 대표적인 관광지로 사랑받는 것이 그 예시인데요. 일본에서 화장실은 예로부터 사람의 마음과 정신을 담아내는 것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설 중 하나입니다.
일본기금(Japan Foundation)은 시부야구와 협력하여 대부분의 공공화장실이 더럽고 냄새난다는 고정관념을 줄이기 위해 17개의 공공화장실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시행했습니다. 2018년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2023년 3월에 완료되었습니다. 외관부터 시설까지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적어도 한 번은 사용하고 싶어집니다.
오늘은 도쿄 여행 중 적어도 한 번은 방문해야 할 독특한 공공화장실 4곳을 소개합니다. 도쿄 여행 중 아래 건물을 마주치면 편안한 공공화장실은 물론 독특한 공공화장실도 체험할 수 있으니 꼭 한 번 가보세요. :)
1. 투명화장실
◾ 도쿄도 시부야구 요요기 5-68-1
◾ 도쿄도 시부야구 토미가야 1-54-1
2020년 설치 이후 도쿄의 '투명 화장실'로 알려지게 된 화장실입니다. 일본의 유명 건축가인 반 시게루가 기획과 설계를 맡은 공중 화장실로, 외벽이 모두 유리로 조성되어 있어 바깥에서 화장실 내부의 모습이 훤히 보이는 것이 이색적인데요. 반 시게루는 공중화장실의 내부 청결도와 혹시 모를 범죄에 대한 우려를 방지할 수 있도록 이와 같은 디자인을 고안했다고 합니다.
도쿄 투명화장실 외벽에 사용된 유리는 스마트 글래스로 불리는 PDLC 필름입니다. 전원 연결시 투명해지고, 전원을 차단하면 불투명해지는 필름으로 이용자가 화장실 내 스위치를 돌려 문을 잡그면 유리는 불투명 상태로 바뀌게 되죠.
화장실 외벽의 색유리는 밤에는 공원 내 은은한 야외 조명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남녀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사용가능한 유니버셜화장실과 여성화장실, 남성 화장실이 각각 1칸씩 나란이 붙어있습니다. 도쿄 투명화장실은 시부야구 하루노 오가와 커뮤니티 파크와 요요기 후카마치고 공원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2. 핸드프리 화장실
◾ 도쿄도 시부야구 하타가야 2-53-5 나나고도리 공원
남자 화장실과 유니버셜 화장실로 구성된, 새하얀 원형 형태의 도쿄 이색 공중화장실입니다. 기획과 설계를 맡은 사토 카즈는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공중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고 하는데요. 유럽과 미국의 공중화장실 이용 실태 조사 결과, 대부분의 화장실 이용객이 공중화장실 내에서 손을 닿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도쿄의 '음성명령 화장실'은 화장실 내 어디에도 신체가 닿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심리를 이용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문을 여닫는 것부터 변기 조작, 세면대 이용 등 화장실 이용에 있어 필요한 모든 동작을 음성으로 지시해 어디에도 손을 대지 않고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데요. 일본어와 영어 2개 국어가 지원되니 번역기를 이용해 이 이색적인 화장실을 이용해보세요!
3. 화장실 마을
◾ 도쿄도 시부야구 쇼토 2-10-7 시부야구 나베시마 쇼토 공원
도쿄 나베시마 쇼토 공원에는 아늑한 '화장실 마을'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화장실마을은 자연적인 건축물 기획으로 잘 알려진 쿠마 켄고의 작품인데요. 5개의 서로 다른 화장실 오두막을 거리를 두고 공원 곳곳에 배치한 뒤, 각 화장실 오두막을 숲 속 오솔길을 연상케하는 산책로로 연결했습니다.
화장실의 외벽은 요시노 삼나무를 무작위로 쌓아올려 마치 숲 속 오두막을 보는 듯 연출했는데요. 화장실 내부 또한 나무를 활용해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로 조성했으며 각 화장실은 이용객의 특성에 따라 분리하여 보다 편리하게 이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했습니다.
4. 물놀이터 화장실
◾ 도쿄도 시부야구 요요기 3-27-1
도쿄 시부야 니시산도 쇼핑가에는 거대한 물 그릇을 연상케하는 새하얀 공중 화장실이 들어서있습니다. 종이배처럼도 보이는 이 공중화장실은 건축가 후지모토의 작품으로, 화장실의 기능을 가지는 동시에 '도시의 가치'까지 구현해낼 수 있는 공중 화장실인데요.
후지모토는 물이 가득 담긴 새하얀 물그릇에서 이 공중 화장실을 디자인했습니다. 유럽의 분수대가 있는 광장처럼 도쿄 거리에서도 물놀이터 역할을 수행하는 공간을 마련해둔 것입니다. 여자화장실과 남자화장실, 유니버셜 화장실을 갖추고 있는 이 공중화장실은 화장실 내부에서 바깥이 아예 보이지 않도록 세심하게 설꼐됐습니다.
화장실 외벽에는 높이가 수도꼭지 여러개가 다른 높이로 설치되어 있어 인근 주민들이 그릇을 둘러싸고 손을 씻거나, 대화를 나누는 등 하나의 작은 커뮤니티로 역할할 것을 기대한 후지모토의 생각이 엿보입니다.